홍보영상을 납품받고 몇 달 뒤, 그 영상을 쇼츠용으로 다시 자르려 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다른 편집자에게 맡기려고 원본을 요청하자 제작사가 계약서부터 확인하자고 답합니다. 제작비를 전부 냈는데 왜 확인이 필요할까요?
계약서에 따로 적지 않았다면 저작권은 비용을 낸 회사가 아니라 영상을 만든 쪽에서 출발합니다. ‘저작권 일체 양도’라고 적었어도 재편집에 해당하는 권리는 특약이 없으면 넘어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져야 할 것은 누가 돈을 냈는지가 아니라 계약서에 어떤 권리를 어떤 단어로 적었는지입니다.
제작비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이 넘어오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은 창작한 사람을 저작자로 보는 데서 출발하고, 예외는 업무상저작물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안내(2026년 10월 확인)는 회사 등의 기획하에 작성되고 회사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은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회사 등이 저작자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예외는 법 조문상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만든 저작물을 전제로 합니다. 외주 제작사는 발주사 직원이 아니므로 여기에 기대기 어렵고, 계약서가 비어 있으면 제작사가 저작자라는 쪽에서 해석이 시작됩니다. 발주사가 분명히 가진 것은 계약에서 정한 이용 범위와 납품받은 파일 정도라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5년 8월 공개한 월간 주요 상담사례에도 외주 계약으로 일러스트를 받은 회사가 업무상저작물이라며 권리를 주장한 사안이 올라 있습니다. 돈을 낸 쪽과 만든 쪽이 다른 거래라면 영상도 같은 질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저작권 일체 양도’라고 써도 재편집 권리는 빠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45조는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하더라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을 작성해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재산권 행사 안내도 같은 내용을 적고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이 조항이 운영과 바로 닿습니다. 본편을 쇼츠로 다시 짜는 작업, 해외용 자막과 내레이션을 바꾼 버전처럼 한 편의 영상을 여러 콘텐츠로 나누는 리퍼포징은 원본을 고쳐 새로 구성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느 수준의 편집부터 2차적저작물 작성으로 볼지는 사안마다 판단이 갈리니, 그 다툼을 계약서 단계에서 지우는 편이 비용이 적게 듭니다.
계약서에서 찾을 단어는 ‘저작권 일체’가 아니라 ‘2차적저작물작성권’입니다.
저작인격권, 원본 파일, 외부 소재 권리는 양도 조항 밖에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을 모두 넘겨받아도 남는 권리가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4조는 저작인격권이 저작자에게 전속한다고 정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안내는 저작인격권으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들고, 저작자가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를 원래 상태대로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납품 뒤 내용을 크게 고치거나 크레딧을 바꿀 계획이라면 그 범위를 미리 합의해 두어야 합니다.
저작권 조항과 별도로 적어야 할 항목도 세 가지입니다.
- 원본과 프로젝트 파일: 저작권이 넘어와도 촬영 원본과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받을 파일을 납품물 목록에 적어야 합니다.
- 음악·폰트·스톡 영상: 제작사가 라이선스를 받아 쓴 소재는 제작사가 넘길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사용 기간과 매체 범위를 라이선스 조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출연자 권리: 직원이나 모델이 나온다면 초상 이용 동의의 범위와 기간이 영상을 쓸 수 있는 기간을 정합니다.
양도 범위와 원본 납품 여부는 제작사에게 비용 항목이 될 수 있습니다. 견적이 회사마다 크게 갈리는 이유를 비교할 때 두 조건이 같은지부터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한 번 쓰고 끝날 영상이라면 이용허락으로 충분합니다
모든 영상에 전부 양도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배포하는 저작권 표준계약서는 독점적 이용허락, 비독점적 이용허락, 일부 양도, 전부 양도의 네 가지입니다. 행사 스케치처럼 정해진 채널과 기간에만 쓰는 영상이라면 이용허락으로 목적이 채워지고, 양도를 요구해 견적과 협상 시간을 늘릴 이유가 적습니다.

전부 양도와 2차적저작물작성권 특약이 맞는 쪽은 브랜드 필름이나 채널의 기본 소스처럼 몇 년간 다시 자르고 고쳐 쓸 영상입니다. 이미 분쟁 조짐이 있거나 해석이 애매한 계약이라면 이 글보다 계약서 원문을 놓고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센터(1800-5455)나 법률 전문가와 검토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이 글은 일반 원칙을 정리한 것이고 개별 계약의 해석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음 계약서 초안을 받으면 ‘2차적저작물’이라는 단어부터 찾아보십시오
비용을 낸 것과 권리를 가진 것은 다른 일이고,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계약서의 단어입니다. 납품 뒤에 고치기보다 서명 전에 고치는 쪽이 훨씬 쉽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진행 중인 영상 계약서 한 건을 열어 세 가지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양도 조항에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이름으로 적혀 있는가
- 납품물 목록에 촬영 원본과 프로젝트 파일이 들어 있는가
- 음악·폰트·출연자 권리의 사용 기간과 매체가 적혀 있는가
처음 장면처럼 쇼츠로 다시 자르려는 순간에 계약서를 뒤지지 않으려면, 이 세 줄을 발주 단계에서 채워 두면 됩니다.
계약 조건까지 함께 정리한 영상 제작 견적이 필요하시면 루나모 문의 페이지로 연락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