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코트와 브랜드 캐릭터가 다시 광고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 시대 전, 모델 마케팅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던 그 자리에. 다만 같은 자리는 아니다. 캐릭터가 돌아온 시대의 운영 방식은 그 전과 다르다.
캐릭터가 사라졌던 십 년, 다시 돌아오는 십 년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광고에서 마스코트는 한물간 것처럼 다뤄졌다. 모델 마케팅이 자리를 잡았고, 그다음에는 인플루언서가 들어왔으며, 한동안 ‘진짜 사람’이 출연하는 광고만이 신뢰의 표지처럼 통했다. 캐릭터는 그 사이에서 어린이 채널이나 굿즈 코너로 밀려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캐릭터들이 다시 광고와 채널의 중심에 들어선 건 지난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는 빙그레의 SNS 안에서 일관된 페르소나를 가진 인격이 되어 콘텐츠를 운영했고, 카카오의 라이언과 춘식이는 광고에 출연하는 캐릭터를 넘어 캐릭터 자체가 콘텐츠인 채널을 가졌다. 게임 IP의 캐릭터들은 e스포츠 영역을 넘어 일반 광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귀환은 단지 향수가 아니다. 시대가 다시 캐릭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캐릭터가 돌아온 세 가지 이유
한 시대를 풍미한 모델 마케팅이 여전히 잘 작동하는데, 왜 굳이 캐릭터인가. 세 가지 이유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첫째, 인플루언서 피로감이다. 실존 인물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사람의 사고와 이미지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다. 한 인플루언서의 평판 이슈가 브랜드 광고를 한밤중에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일을 마케터들은 충분히 경험했다. 브랜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줄이고 싶어 한다.
둘째, AI 시대의 진위 피로감이다. 화면 속 사람이 진짜인지 AI인지 의심하는 시청자가 늘면서, 진짜를 강조해야 하는 마케팅의 피로가 함께 커졌다. 처음부터 가상이라고 분명히 밝힌 캐릭터는 이 의심을 우회한다. 캐릭터에게 ‘진짜냐 가짜냐’는 잘못된 질문이기 때문이다.
셋째, 장기 IP의 자산성이다. 모델은 계약이 끝나면 자산이 같이 사라지지만, 캐릭터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십 년 동안 운영된 캐릭터는 광고비의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자산이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캐릭터는 광고에 돈을 들이는 대상이 아니라, 광고를 대신 해 주는 존재가 된다.
살아남는 캐릭터와 사라지는 캐릭터의 차이
마스코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미지가 모두 캐릭터로 살아남는 건 아니다. 살아남는 캐릭터와 1년 안에 사라지는 캐릭터를 가르는 건 출발선의 디자인 완성도가 아니라, 운영 체계다.
사라지는 캐릭터의 전형은 로고 옆에 그려진 정적인 일러스트다. 이름과 외형은 있지만 페르소나가 없고, 영상이나 SNS 안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인물처럼, 거기 있긴 한데 어떤 이야기도 만들지 않는다.
살아남는 캐릭터는 채널 안에서 활동한다. 가령 한 식음료 브랜드가 SNS 운영을 위해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 첫해 동안 매주 한 편씩 캐릭터의 일상 콘텐츠를 발행했다고 해 보자. 1년이 지나면 50편이 누적된다. 시청자는 캐릭터의 말투, 좋아하는 음식, 친구 관계, 약점까지 알게 된다. 이 시점부터 캐릭터는 그 브랜드의 SNS 화법 자체가 된다. 그리고 그 화법은 다른 브랜드가 한 해 안에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이 된다.
캐릭터를 영상 자산으로 운영한다는 것
이 흐름이 영상 마케팅 외주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캐릭터 운영은 단발 광고 한 편의 일이 아니라, 시리즈로 누적되는 영상 운영의 일이다.
그 말은 단가 위주의 외주 파트너 선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릭터 영상은 캐릭터의 일관성을 1년, 2년, 3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다. 매번 새로운 외주처에 캐릭터 가이드를 처음부터 설명하는 비용이 누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 한 편의 견적이 아니라, 캐릭터 IP의 분기 운영 견적이라는 새로운 단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캐릭터의 시대, 브랜드가 점검할 세 가지
브랜드 마스코트를 새로 도입하거나 이미 있는 캐릭터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시점에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질문이다.
- 우리 브랜드에 캐릭터로 옮길 만한 페르소나가 있는가. 페르소나가 없으면 캐릭터는 외형만 남는다.
- 캐릭터를 1년에 50편의 콘텐츠로 운영할 체계가 사내에 있는가, 또는 외주 파트너와 그렇게 합의되어 있는가.
- 캐릭터 자산의 누적을 측정할 지표를 정해 두었는가. 조회수가 아니라 캐릭터 인지도, 호감도, 시간이 지난 뒤의 재인지 같은 지표가 핵심이다.
브랜드 캐릭터의 두 번째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브랜드는 모델을 사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