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은 우리 같은 광고주랑 상관없다면서요.” 반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안심이 위험한 이유가 있다. 브랜드 영상 담당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규제는 AI 기본법이 아니라 다른 쪽에 있기 때문이다. 6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 개정 시행됐다.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 모르는 팀이 많다.
규제는 두 갈래인데, 광고주를 겨눈 건 이쪽이다
지금 AI 콘텐츠를 둘러싼 규제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축으로 굴러간다.
하나는 인공지능기본법이다. 1월 22일 시행됐고, 제31조가 생성물 표시 의무를, 제43조가 최대 3천만 원 과태료를 규정한다. 다만 의무 주체는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AI 기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AI를 도구로 쓰는 마케터나 크리에이터는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고, 정부는 1년 이상 계도기간까지 뒀다. 여기까지만 듣고 안심한 팀이 많았다.
다른 하나가 공정위 심사지침이다. 표시광고법 체계에서 광고주에게 직접 적용되고, 계도기간 같은 완충 장치도 없다. AI·딥페이크 등 신기술로 만든 가상인물이 광고에 등장하면 ‘가상인물’임을 의무적으로 밝혀야 한다. 기준은 “AI 도구를 썼는가”가 아니라 “AI 가상인물을 광고에 등장시켰는가”다. 색보정을 AI로 돌린 건 상관없지만, AI로 만든 모델이 제품을 들고 서 있으면 대상이다.

영상에서는 ‘어디에’ 붙느냐가 실무의 전부다
표시 방법이 매체별로 나뉘어 있다. 블로그·카페처럼 문자 중심 매체는 게시물 제목이나 첫 부분에 “AI를 기반으로 생성된 가상인물이 포함된 게시물입니다” 또는 “가상인물 포함” 같은 문구를 넣으면 된다. 사진·영상 매체는 조건이 다르다. 가상인물에 근접한 위치에 ‘가상인물’ 표시를 해야 한다.
이 한 줄이 제작 프로세스를 바꾼다. 영상 끝 크레딧이나 더보기란에 몰아 쓰는 방식이 안 통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5초 숏폼에서 AI 모델이 3초부터 11초까지 나온다면, 그 8초 동안 인물 근처에 표시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숏폼 화면의 그 자리는 이미 만원이다. 자막, 제품명, 가격, 프로모션 기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표시를 나중에 얹으려 하면 레이아웃부터 다시 짜야 한다. 편집 단계가 아니라 콘티 단계에서 자리를 미리 비워두는 것이 유일하게 싸게 끝내는 방법이다.
표시했다고 끝이 아니다
더 큰 함정은 그다음에 있다. 개정 지침은 가상인물임을 밝혔더라도, 실제 사용 경험이나 체험에 기반한 추천인 것처럼 표현하면서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부당 광고로 판단할 수 있게 정비됐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현장에서는 자주 어긋난다. AI 모델은 제품을 써본 적이 없다. 그런데 후기형 숏폼의 대본은 거의 예외 없이 1인칭 체험으로 쓰인다.
한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AI 모델로 사용 후기형 숏폼 12편을 만들었다고 하자. 규제 소식을 듣고 하단에 ‘가상인물’ 자막을 성실히 넣었다. 그런데 대사는 그대로였다. “2주 썼는데 피부결이 확 달라졌어요.” 표시는 지켰지만 체험 진술이 허위다. 정작 리스크가 큰 쪽은 자막이 아니라 대본이었던 것이다. 표시 의무는 체크리스트로 막을 수 있지만, 이건 대본 검수 기준을 바꿔야 막힌다.

이번 주 적용 포인트
지금 손댈 것은 네 가지다.
- 돌고 있는 소재부터 감사한다. 지난 6개월 영상 중 AI 생성 인물이 등장하는 건을 목록화하되, 아직 집행 중인 유료 광고 소재를 맨 앞에 둔다. 과거 아카이브보다 지금 노출되는 소재가 먼저다.
- 콘티 템플릿에 표시 영역을 넣는다. 자막 세이프 존 안에 ‘가상인물’ 자리를 상시 확보한다. 매번 협의하지 않으려면 템플릿을 바꾸는 게 빠르다.
- 대본 검수에 질문 하나를 추가한다. “이 인물이 1인칭으로 사용 경험을 말하는가.” 그렇다면 실증 자료가 있는지, 없다면 3인칭 설명으로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한다.
- 외주 계약서에 고지 조항을 넣는다. 납품물에 포함된 AI 생성 요소를 제작사가 명시하도록 한다. 모르고 쓴 것과 알고 쓴 것의 차이는 크지만, 책임은 결국 광고주에게 남는다.
규제가 늘어나면 제작이 위축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다. 표시를 전제로 기획하는 팀은 AI 모델을 더 과감하게 쓸 수 있다. 숨길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AI를 쓰는 데서 오지 않는다. 쓰고도 안 쓴 척하는 데서 온다.